열 개의 달
: 세 개의 다리로 걷는 사람


Ten Moons : Walking on Three Le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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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관람하나요?

세 개의 다리로 걷는 사람(아버지와 나, 그의 아버지의 흩어진 하나의 조각), 2022, 거즈, 석고, 가변크기

하나의 사람,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의 조각을 꺼낸다.
떠난 그 사람에게서 나온 조각, 누군가가 갖고 있는 그의 조각들을 모으면 우린 그 사람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서 어떤 식으로든 다듬어진 그 조각들이 합쳐져 하나의 덩어리가 됐을 때, 그 하나의 덩어리를 그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하나가 된 그 덩어리가 그 사람의 삶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그 덩어리를 더듬어보며 그의 삶의 흔적들을 유추해 볼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자기 보호를 위한 매뉴얼
: 거꾸로 항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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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악이 실재할 때
상상의 악까지 만들지 말라.”
- 올리버 골드스미스


어느 책에서 보았던 첫 문장이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다양한 감정과 의미를 덧붙여 불행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부탁인데 구태여 안 좋은 상황을 상상하지 마라. 당신이 보태지 않아도 세상에는 수많은 고통이 넘쳐나고 그것들은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당신에게 달려들 것이니.
한때, 나 역시도 오직 나에게만 일어나는 듯한 비극을 도무지 감당할 수 없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새 손과 발이 달린 비극이 나에게 난 자그마한 구멍 사이로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왔다. 아무리 온 몸을 허우적대 봐도 구멍이 커지는 속도를 감당할 수가 없어지자,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하는 당시 내가 발견했던 시도 때도 없이 닥쳐오는 다종 다기 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매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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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낡고 오래된 것은 당장 내다 버려라


혹여 당신의 유년 시절 한 귀퉁이에 남아 있는 손때 묻은 물건 같은 것이 있다면 아무런 미련 없이 작별해야 한다.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는 언제나 모종의 흔적들이 남기 마련이지만, 그것들에 손톱만큼의 미련이라도 보이는 순간 그들은 그 즉시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먹고 자라 밖보다 안이 큰 무언가가 되어 버릴 것이다.


2. 무언가를 애처로운 마음으로 바라보지 말아라


모든 생명은 눈빛과 마음을 먹고 큰다. 성장은 경이로운 일이지만 때론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요하기도 한다. 잘 먹고 잘 자기에도 힘든 세상 아닌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최대한 지양하자. 이를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오로지 객관적 진실만을 응시해야 한다. 이쯤에서 분명 대체 객관적 진실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묻지 마라. 그걸 의심하고 되물으려 하는 순간 당신은 관념의 연옥에 빠져 버린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만 믿고, 그 이상의 상상과 감정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


3.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늘 기억하라


유명한 시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정현종)

섬은 고독하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사람이 사람을 제일 모르는 법이다. 내 얕은 삶에 깔린 그물망에 무엇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 사람과의 추억? 그런 것들은 너무 조그맣고 희귀해 금세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추억보다 무거운 것만을 떠올려라. 두둑한 돼지 저금통, 필로티가 아닌 튼튼한 건물 따위의 것들 말이다. 잉어 한 마리라도 낚은 삶이 되어보자.


4. 호기심을 억눌러라


괜한 호기심은 십중팔구 당신을 위험에 빠뜨린다. 가만히 좀 있어라. 필요한 건 오직 무관심 뿐.


5. 모든 것을 비슷한 크기와 무게로 간주하라


세상의 모든 것에 똑같은 막을 씌우는 연습을 해보아라. 이를테면 모두 똑같은 하얀색에 바스러질 듯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동일하게 기억하고, 동일하게 기념하라. 비로소 온전한 평안이 당신에게 찾아오리니.


. . . . .


이상의 매뉴얼을 숙지할 것을 권장한다. 이 매뉴얼만 명심해도 당신은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지금 있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마음에 한 점 얼룩도 남기지 않고 인생의 암초를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영화 속 깊은 산 속에서 같은 곳을 세 번째쯤 맴도는 느낌이 들 때, 우리 흩어져서 길을 찾아 보자며 앞장서서 일행과 떨어져 혼자 길을 헤맬 사람이라는 것을. 절대 문밖으로 나서지 말라는 말을 가장 먼저 어기고 문을 열 사람이라는 것을. 문밖으로 나아가 닥쳐올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야기를 이어나갈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서 얼룩 몇 개 남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아 할 사람이라는 것을.
물론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 역할을 꼭 당신이 맡을 필요는 없다고 간곡히 부탁하고 싶지만 이 이상의 말을 보태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내 매뉴얼을 위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모두의 건투를 빈다. 당신도, 나도.

*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프로파간다. 2013)의 첫문장이다.




작가 소개

심은지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느끼는 감정들을 조각 및 설치로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지대 만들기’를 주제로 작업을 발전시켜나가는 중이다.

“안전지대를 만드세요. 구름의 색, 바람의 느낌 촉감까지.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어요. 이 순간 당신을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당신이 만든 안전지대에 데려다 놓는 거예요”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에 갇혔을 때, 나만의 안전지대를 만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 존재하지 않기에 나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주지만,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라는 이야기겠지. 나에게 미술은 안전지대이다. 불안한 세상이 안전한 것처럼 발 디디고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것. 흔들리는 삶에서 비틀거리는 누군가의 안전지대가 되어줄 수 있는 것. 나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필자 소개

유진영은 전시를 만들고, 글을 쓴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착실한 미술 노동자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연대와 공존의 SF적 상상의 지도 그리기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이동한다. 지역의 지형지물인 삼거리 육교와 세 개의 터널은 실질적인 장소가 될 수 있고, 길거리 작은 쇼윈도우 갤러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가상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판데믹이라는 동시대적 불안을 연대와 장소 특정적 미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

총 2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는 본 전시 중 총 열 달 동안 진행되는 <열 개의 달> 은 MOON과 문이 열리는 음력 보름날마다 총 10인의 여성 창작자의 작품이 릴레이 방식으로 전시되며, 이와 매칭한 10인의 필진이 함께 윈도우 갤러리를 통해 조우한다. 타임머신으로 설정된 윈도우 갤러리 메일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존재한다.




제작

기획: 황수경(수경재배)
협력 기획: 정희윤
작가: 심은지
'자기 보호를 위한 매뉴얼: 거꾸로 항해하는 법' 필자: 유진영
웹XR 디자인, 개발: 염인화
그래픽 디자인: 김박현정
전시 공간 디자인: 김용현
자문: 제미란
사진: 양승욱
도움: 서예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창작산실 시각예술분야
우수전시지원 선정작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