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달 : 이타카


Ten Moons : Ith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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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관람하나요?

이타카(Ithaca)#0, pet on print, wood,
pvc sheet, 가변크기, 2022

그리스 이오니아 해의 섬 중 하나이자 호메로스에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고향이기도 한 ‘이타카’를 이번 전시에서는 ‘장면 보관함’ 즉 일종의 ‘타임캡슐’로 설정한다.
전시장에 펼쳐진 이타카(Ithaca)#0은 2014년 1월 20일경 눈 내리는 장면을 촬영한 두 장의 사진 이미지로부터 출발한다. 원본 이미지를 토대로 해 전시장 전체에 펼쳐진 벡터 그래픽들은 멈춰진 시간 속 ‘스노우볼’ 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Itha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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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카, 최근에 봤던 영화의 한 장면에서 시작해볼까 해요. 그 장면은 우연히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서로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되어요. 서로가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은 얼마간 대화를 하면서 서로 찾던 사람이 결국 아니었다는 걸 알게 돼요.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얼마나 상대방을 만나고 싶어 했는지 느끼죠. 거기서 각자 서로가 찾던 사람인 척, ‘가상(imaginary)’의 상황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와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그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가능한 것 같아요. 허구로 가장하는 ‘가상’의 상황은 현실에 있을 법하기도 하고, 또 더 나아가서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가상의 허구였지만, 현실의 상황에서 바로 ‘그’ 사람에게 할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에서, 상대가 떠나고 나서 구멍이 생겼다는 짧은 그 대사가 이상하게 저에게 계속 구멍처럼 남아있었어요. 아니 어쩌면 덮어두었던 구멍을 영화 속 장면이 찾아낸 것일 수도 있고요. ...

이타카, 당신은 꽤나 오래된 사진첩을 다시 열어본 뒤에 저에게 한겨울에 눈이 내리는 필름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어요. 눈 내리는 밤하늘을 보는 장면이었죠. 빛이 없는 밤이라 그런지 플래시가 터졌고, 필름에 선명하게 남은 노이즈도 있었어요. 사진 속 장소는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장소에 있었던 것처럼 눈송이는 얕은 홈을 만들었어요. 현실의 눈송이는 그렇지 않겠지만, ‘가상’으로 가정한 상황에서 그 눈송이는 꽤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무게감 있는 순간들을 저장해 놓은 타임캡슐 같았어요. 다만 이 순간순간은 지나가기 때문에 절대 다시 열어볼 수 없겠지만요.

이타카, 이것은 당신의 이름이 아님을 알고 있어요. 실제 그리스 쪽 섬 이름이면서 서사시 속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니, 이타카, 그것은 결국 존재하면서 누구에게나 구멍처럼 부재하는 곳이 되었어요. 마치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서 부재하는 이는 지시물(réferent)로는 부재하지만, 대화의 대상으로는 현존하다고 말한 것과 같아졌네요. 그는 이 이상한 뒤틀림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현재가 생긴다고 보았죠. 부재하는 이타카에게 그의 부재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 것만 같아요. 그 손에는 당신이 찍은 눈 내리는 하늘 사진을 왠지 모르게 들고 있을 것 같네요. 고백하건데 이따금씩 부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이해하고 싶을 때는 종종 그 상황에 있었던 타인의 대사를 되풀이해서 말하곤 했어요. 그때도 이 사진을 손에 잡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타카, 부재하는 구멍은 언제나 덮어두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당신은 카메라를 들었고,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은 언제나 지나가고 부재하는 것들을 필름의 입자로 남기려고 하곤 했죠. 그 기원인 카메라 옵스큐라에서부터 말이예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상자에 작은 구멍을 내고, 빛을 통과시키면, 상자 안에는 구멍이 마주하는 풍경의 상이 맺힙니다. 그리고 이 구멍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상은 더 뚜렷하게 맺히고, 부재하게 될 그 순간은 더 정확하게 남게 되었어요. 유리에 붙여진 눈송이 이미지 사이에 구멍은 생기고, 구멍은 나무로 된 눈송이들로 바닥에 떨어집니다. 이 눈송이들은 그날의 또 다른 이미지를 통해서 순간이 양가적으로 캐스팅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부재하는 순간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아요.

아타카, 영화의 장면이 다시 기억나나요. 사실 덮어두었던 구멍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구멍’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였어요. 연극처럼 가정된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그 인물이 현실의 상황에서 할 대사를 입에서 내뱉는 순간부터였죠. 사진도 언제나 현실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순간의 무게는 결국 가상이 만들어내고 가상이 그 무게를 감수하고 있었던 것처럼요. 우리는 가상의 기억들이 입을 벗어나 표면의 입자를 벗어나 커지기 시작할 때, 그때서야 그 무게를 체감하게 되어요. 카메라 옵스큐라의 구멍이 작아질수록 그 기억의 이미지는 더 뚜렷하게 남겠죠. 그리고 순간에 대한 가상의 기억이 뚜렷해질수록 그것에 말을 걸면서 부재하는 이타카의 현재가 지속될 거예요. 아타카, 그렇게 구멍의 뒤에서 그 무게가 가진 중력을 온전히 감당하고 있군요.

이야기가 꽤 길어지고 있으니 이미 당신은 아마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을 것만 같아요. 창문에 붙여진 눈송이와 나무 조각들이 있는 윈도우 갤러리에서 멀어지고 있겠죠. 만약 지금이 눈이 많이 쌓인 겨울 거리였다면, 그 발자국이 다 남아서 이동한 여정이 다 기록되었을 것만 같아요. 선명한 기억이 된 그 순간은 언제나 그것이 원래 발생하였던 시간과 공간이 멀어질수록 그것이 가진 가상이 누군가에겐 동력으로 되었듯이 말이죠. 만약 지금 꽤 멀어져서 그 구멍이 작게 보이나요. 그렇다면 이제 당신에게 되풀이해서 말하기를 부탁하려 해요. 숨을 고르고 하나씩 입을 움직여서 따라 해줄 수 있겠나요.
이타카, 이타카, 이타카, 라고 말이죠.



작가 소개

김박현정은 사진매체에 대한 연구와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를 사진과 설치의 혼합 형태로 제시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진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 바라보고 확장되어 가는 이미지에 관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 소개

김맑음은 건축∙도시∙공간에 관심을 두고 조르주 바타유의 ‘반건축'의 확장에 대한 석사 논문을 작성하였다. 동시대 미술계에서 도시건축 이론과 예술이 접점을 이루면서 생기는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건축과 예술의 틈새를 기웃거리고 있다. 최근에는 그 접점에 ‘가상공간'을 두고 연구하고자 한다. 미술계에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한다.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연대와 공존의 SF적 상상의 지도 그리기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이동한다. 지역의 지형지물인 삼거리 육교와 세 개의 터널은 실질적인 장소가 될 수 있고, 길거리 작은 쇼윈도우 갤러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가상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판데믹이라는 동시대적 불안을 연대와 장소 특정적 미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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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는 본 전시 중 총 열 달 동안 진행되는 <열 개의 달> 은 MOON과 문이 열리는 음력 보름날마다 총 10인의 여성 창작자의 작품이 릴레이 방식으로 전시되며, 이와 매칭한 10인의 필진이 함께 윈도우 갤러리를 통해 조우한다. 타임머신으로 설정된 윈도우 갤러리 메일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존재한다.




제작

기획: 황수경(수경재배)
협력 기획: 정희윤
작가: 김박현정
'Ithaca' 필자: 김맑음
웹XR 디자인, 개발: 염인화
그래픽 디자인: 김박현정
전시 공간 디자인: 김용현
자문: 제미란
사진: 양승욱
도움: 서예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창작산실 시각예술분야
우수전시지원 선정작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