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개의 달 : 행복을 찾아서


Ten Moons : in search of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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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벽, 벽에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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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누군가 서있다. 숨을 헐떡인다. 앞치마가 펄럭거린다. 손 모양이 보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자세이다. 팔을 위로 뻗어낸 인물은 우리의 시선을 제일 먼저 앗아가지만, 점점 인물이 마주 서있는 벽과 캔버스 내 공간, 나아가 그림에서 확장된 갤러리 공간이 보인다. 특히 윈도우 갤러리의 어두운 벽은 캔버스 내 벽과 이어지며 하나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갤러리 속 때때로 지각되거나 지각되지 않는 벽의 존재를 사유하고 시각화하여 새로이 공간을 지어낸 것이다....

벽은 공간을 거쳐 간 존재들의 삶의 감정과 기억이 응축되는 곳이다. 벽은 건축의 피부로써 외부환경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는 안위의 수단임과 동시에 그곳의 수많은 삶의 풍경과 이야기들을 목도하며 품어가는 존재이다. 이 다층적인 이야기는 벽 겉면에 켜켜이 쌓이게 될 것이다. 마치 화려한 색감으로 겹쳐진 선들처럼. 이 선들은 벽에 새겨진 흔적과 같아서 앞치마를 두른 이 인물이 수없이 남겼을 손길을 연상시킨다. 이 자국들은 벽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공간으로 뛰어들어 인물을 감싼다. 어느새 이 벽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세워진 물리적, 건축적 벽뿐만 아니라, 벽과 함께 살아온 시간 동안 경험한 세계관과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심리적, 문화적, 상징적 벽으로까지 확장된다. 이처럼 끊임없이 확장되어 결국엔 그 존재 자체를 잊게 되는 벽에 대한 사유를 조르주 페렉은 이렇게 썼다.

나는 벽에 그림 하나를 건다. 그런 다음 벽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더 이상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벽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며, 이 벽이 벽이라는 것도 알지 못하고, 벽이란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 […] 하지만 나는 역시나 그림도 잊어버리고, 더 이상 바라보지 않으며 바라볼 줄도 모르게 된다. 나는 벽이 있다는 것을 잊기 위해 벽에 그림을 걸었지만, 벽을 잊으면서 그림 또한 잊는다.*

단단한 부동의 벽을 캔버스에 이어 그리고, 공간에 옮겨 새롭게 세우는 작업은 그림과 벽 자체를 희미하게 한다. 그러니까 결국엔 새롭게 구성되는 공간의 잔상이 진하게 남게 되는 것이다. 분명히 그림 속 바닥의 선명한 주홍색은 분명히 어떤 공간 안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하지만 인물을 휘둘러 싸고 있는 듯, 양옆으로 쭉 뻗어 있는 듯, 정확히 어떤 공간인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본래 네모난 갤러리 공간은 상상의 공간이 된다. 팔을 한껏 올려 벽을 치고, 쾅 쾅 두들기는 듯한 인물의 제스처는 저 너머의 숨겨진 공간이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벽은 항상 벽 너머의 공간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마치 벽을 두드리고 있는 듯한 인물을 통해 벽 이면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확장시킨다. 어느새 하나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그러니까 그림을 잊고, 하나의 공간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벽 너머의 공간을 향해 서 있는 인물은 두려움 없이, 망설임 없이 과감한 포즈로 벽을 두드리며 그 너머 어디선가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갈 세상의 모든 존재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 작업은 한 인물의 초상이라기보다 그가 향해 있는 새로운 공간을 그려내게 한다. 사실 지금까지 작가의 작업에는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사물과 풍경을 통해 단순히 읽어낼 수 없는 공백을 그리고자 했다. 즉 어떠한 오브제와 장면을 통해 관계 사이에 존재했던 느낌, 감정의 빈자리, 그 장소에서 흘러갔던 시간을 은유하고 연상하게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비록 실제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뒤돌아서서 벽을 치는 ‘포즈’와 벽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으로 그가 바라보는, 그러나 우리는 볼 수 없는 ‘공간’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 아래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인물 앞에 서 본다. 인물의 힘찬 몸짓, 그로 인해 강조되는 벽 너머 공간의 확장을 느끼면서. 무한히 증식되는 상상의 지대를 탐사해 보자.

* 조르주 페렉, 『공간의 종류들』, 김호영 옮김, 문학동네, 2019, p. 66.




작가 소개

오지은: 나는 자유롭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 벗어나려 해도, 발을 힘껏 내려쳐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자유를 생각한다. 그러한 작업이 내 옆자리에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남은혜는 시각예술 안과 밖에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한다. 겉보다는 그 이면에 놓인 잊혀진 사안들,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새로운 서사에 관심이 있다. 특히 작업의 주제가 특정 매체와 만났을 때 강화되고 확장하는 지점을 흥미롭게 생각하며 탐구해오고 있다.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연대와 공존의 SF적 상상의 지도 그리기는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고 이동한다. 지역의 지형지물인 삼거리 육교와 세 개의 터널은 실질적인 장소가 될 수 있고, 길거리 작은 쇼윈도우 갤러리는 시간 여행을 하는 가상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는 판데믹이라는 동시대적 불안을 연대와 장소 특정적 미술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

총 2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는 본 전시 중 총 열 달 동안 진행되는 <열 개의 달> 은 MOON과 문이 열리는 음력 보름날마다 총 10인의 여성 창작자의 작품이 릴레이 방식으로 전시되며, 이와 매칭한 10인의 필진이 함께 윈도우 갤러리를 통해 조우한다. 타임머신으로 설정된 윈도우 갤러리 메일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존재한다.




제작

기획: 황수경(수경재배)
협력 기획: 정희윤
작가: 오지은
'그림에서 벽, 벽에서 공간' 필자: 남은혜
웹XR 디자인, 개발: 염인화
그래픽 디자인: 김박현정
전시 공간 디자인: 김용현
자문: 제미란
사진: 양승욱
도움: 서예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창작산실 시각예술분야
우수전시지원 선정작 "열 개의 달과 세 개의 터널"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